『錦溪筆談』

4 “선전관(宣傳官) 이사종(李士宗)은 노래를 잘했다。 일찍이 사신으로 나가다가  송도를 지 나게 되었는데 말을 천수원(天壽院)의 냇가에 매어 놓고 관(冠)을 벗고 배를 붙이고 누워 서 몇 곡을 소리 높여 불렀다。 진이가 그 곳에 가서 또한 말을 천수원에 쉬게 하였는데 귀를 기울여 그 노랫소리를 듣고 말하기를, “이 노래의 가락은 매우 기이하니 필시 보통의 시골 사람이 부르는 비루한 곡이 아니다。 내가 듣기에, 경성에 풍류객 이사종이라는 사람 이 당대의 절창(絕唱)이라고 하던데 그  사람임이  분명하다。” 라고  하였  다。  그리고 사람 을 시켜 가서 탐지하게 하니 과연 이사종이었다。 이에 자리를 옮겨 서로 친해져 자신의 정성을 다해 자기 집으로 그를 이끌었다。 며칠이  지난  뒤에  진이가 말하기를,”  마땅히 당 신과 육 년을 함께 살겠습니다。” 라고 하였다。 다음날 집안 살림 가운데 3년 동안 쓸 재 목을 이사종의 집에 다 옮겨 놓고 그의 부모와 처자를 위로는 섬기고 아래로는 비용을 다 자기 집에서 끌어 썼다。 친히 소매 좁은 옷을 입고 첩으로서 예를 다해 이사종의 집으로 하여금 조금만큼도 힘들이게 하지 않았다。 이미 삼년이 지나자, 이사종이 진이의 일가를 먹였는데, 진이가 이사종의 일가를 먹인 것 같이 하여 보답하였다。 삼년이 되자, 진이가 말하기를,” 일이 이미 이루어지고 약속한 기일이 찼습니다。” 라 하고 드디어 작별하고 떠 났다。’

『於于野談』

5 황진이의 연정 가운데 가장 짧았던 건대제학을 지낸 소세양과 나눈 사랑이다。 두 사람 은 애초 30일을 기한으로 애정생활에 들어갔다。 소세양이 황진이의 소문을 듣고 "나는 3 0일만 같이 살면 능히  헤어질  수  있으며 추호도  미련을  갖지  않겠다。"라고  장담했다。 그 러나 황진이와 만나 30일을 살고 이별하는 날 황진이가 작별의 한시 <송별소양곡 送別蘇 陽谷>을 지어주자 감동하여 애초의 장담을 꺾고 다시 머물렀다고 한다。 판서 소세양이 소 시小時에 여색女色에 강장剛腸하기로 자처하여 늘 친구들에게 장담하여 말하기를 여색에 혹惑함은 남자가 아니다’라고 해왔다。 듣건대 개성에 절창 진이가 있다 하나 만일 나 같 으면 30일만 같이 살면 능히 헤어질 수 있으며 그리고도 추호도 미련을 안 갖겠다고 했 다。 그러나 진이와 만나 30일을 살더니 그 마지막 되는 날 진이가 작별을 서글피 여겨 남 루南樓에 올라가 주연酒宴을 베풀고 한 편의 시를 지었다。 이에 소판서가 ‘吾其非人哉 爲 之更留 ’ 라고 하여 자기의 장담을 스스로 탄하면서 마음이 동하여 다시 머물렀다。 소세 양은 윤임과 더불어 여러 상소를 통해 정쟁을 하다가 결국 향리로 물러난 기록이 중종실 록에 있다。 이를 토대로 그의 사람됨과 40세 전후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황진이의 미색을 짐작하게 해 주는 일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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